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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점이 에로영화처럼 보이는 이유 (스포일러 있음)

Posted by 호핀
2009. 1. 22. 17:53 문화/영화
쌍화점이 에로영화 처럼 보이는 이유

쌍화점

와이프와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쌍화점'이지요.  쌍화점을 보는 것은 둘다 동의 했지만 속내는 각자 달랐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유하 감독의 신작이라는 것이 선택의 이유였고(정말이예요) 와이프는 아마도 조인성의 벗은 몸을 보고자 하는 음흉한 속셈이 선택의 이유였을것 같네요. 
오후 8시라는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젊은 연인보다는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으시더군요. (그리고 보니 우리 부부도 포함이군요.)
 '야하다' 는 소문 때문일까요?  와이프를 포함한 여러 관객들의 뜨거운 기대심리로 극장안이 후끈했습니다. (사실은 난방이 빵빵하더군요.)

우린 이걸 바로 기대했다구



쌍화점은 어떤 내용이지?

쌍화점은 고려말을 배경으로 왕(주진모)과 왕의 호위무사 홍림(조인성), 그리고 왕후(송지효)간의 엇갈린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원의 억압을 받던 고려 말, 원이 호시탐탐 고려를 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은 원의 공주를 시집보내어 고려를 사위의 나라로 삼은 것도 모자라 왕을 바꾸려는 음모까지 꾸밉니다. 후사문제를 빌미로 경원군을 세자로 책봉할 것을 종용하는 거지요.  그러나, 왕은 동성애자로 여자를 품을 수 없는 몸입니다. 그러던중 암살자로부터 습격까지 받게되자 왕은 결단을 내립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친위부대 건륭위의 총관 홍림에게 왕후와의 합궁을 명한거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이니 자신의 아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것 같습니다. 이로써 왕과 홍림, 왕후는 위험한 게임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 이후의 줄거리는 굳이 적지 않아도 짐작하실것 같네요.



쌍화점이 에로영화 처럼 보이는 이유는?

에로영화는 말그대로 '에로'만을 다룬 영화입니다. 에로영화에도 사랑은 존재하지만 단지, 이야기 전개를 위한 소재일뿐이지요.

쌍화점은 두개의 사랑과 이로 인한 갈등이 주제입니다.  왕과 홍림의 사랑, 홍림과 왕후의 사랑과 갈등이 바로 그것이지요. 왕과 홍림의 사랑은 친구사이의 우정, 형제사이의 우애, 군신사이의 신뢰등이 혼재되어 있는 사랑입니다.  더군다나 동성사이이기 때문에 은밀한 사랑이기도 하지요.  홍림과 왕후사이의 사랑은 동경, 연민, 금기가 섞인 사랑이며, 육체관계로 시작된 불구의 사랑입니다.

두개의 사랑 모두 일반적인 사랑이 아니며 감독도 그러한 복잡하고 치명적인 사랑이야기를 시대극에 녹이려는 포부를 가진 듯 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도무지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금방 알게 됨니다.  왕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홍림을 탐할 뿐이고 홍림과 왕후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성의 육체를 탐닉할 뿐입니다. 왕이 홍림을 질투하고 홍림이 왕후를 위하여 목숨까지 바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단지, 소유욕과 성욕뿐인것처럼 보입니다.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등 전작들에서 타고난 이야기 꾼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창동감독과 함께 우리나라는 대표하는 스토리텔러형 감독이지요.  전작들은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면을 탄탄한 구성과 이야기 전개로 풀어나갔었습니다.

그러나, 쌍화점은 '에로'는 있되 '사랑'은 없는 영화이며, '배경'은 있되 '시대'는 없는 영화입니다.  마치, 한편의 에로영화를 보는 것처럼 선남선녀의 정사가 펼쳐지고 심지어 대한민국 최고의 미남중의 하나인 조인성은 남과 여를 넘나들며 정사를 보여주지만 사랑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정사씬'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를 에로영화라고 합니다. 쌍화점 역시 '정사씬'만 기억에 남으니 비싼 에로영화로 보이는 거지요...조인성과 주진모의 사랑, 조인성과 송지효의 사랑은 전혀 가슴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쌍화점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쌍화점은 농도 짙은 정사씬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야한 것에 대한 기대심리가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잘 만든 에로영화의 정사씬보다 야하지 못하며,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도 못합니다. 이상하게도 민망하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한마디로 그리 야하지 않습니다.

180cm이상의 미소년으로 구성된 건륭위니, 주진모와 조인성이 몇개월에 걸쳐 액션연습을 했다느니 하는데 액션장면은 많지도 않고 그리 멋있지도 않습니다.  대규모 전쟁씬은 커녕 소규모 전투씬도 단 한번 등장합니다. 암살자들의 습격씬이지요.

한마디로 액션영화가 아니니 그런 쪽으로는 기대하지 마세요.

쌍화점의 매력은?

하나, 조인성의 멋진 몸매를 볼 수 있다.

둘, 송지효의 벗은 몸을 볼 수 있다.

셋, 주진모의 멋진 연기를 볼수 있다.
(영화 내내 저를 사로 잡은 것은 말많은 정사씬이 아니라 주진모의 연기였습니다. 그저 그런 배우로 알던 주진모가 이번 영화에서는 혼신의 연기를 펼칩니다. 흔히 말하는 내면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 이런 사람에게는 추천
- 유하감독의 열성 팬
- 조인성의 열성 팬

▷ 이런 사람에게는 비추천
- 무지 야한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
- 잔인한 장면, 동성끼리의 키스등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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