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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Thirst, 2009) - 박쥐? 욕망? 왜 영화 제목이 박쥐일까?

Posted by 호핀
2009. 5. 26. 14:06 문화/영화




박쥐 상세보기

한국 영화감독중에 가장 인문적 소양이 깊다고 생각하는 박찬욱 감독이 소문만 무성하던 박쥐를 공개했습니다. (이미 공개한지 시간이 꽤 지났지요. 칸영화제의 수상결과를 보고서 리뷰를 작성하려고 조금 미뤄두었던 것을 작성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평소 폭넓은 독서와 음악감상으로 유명하지요. 그래서인지 그가 제작하는 영화곳곳에 인문적 향기(?)가 가득한 것 같습니다.  전작인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등도 일부 잔인하고 극단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문학작품을 읽는 듯한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 '박쥐'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보았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기대한 것보다는 조금 실망했구요.





박쥐의 줄거리는?

영화 박쥐의 줄거리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어 간략하게 적겠습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부 상현(송강호)는 죽어가는 환자를 도와주지 못하는 자신에 괴로워하다 해외의 외딴 수도원에서 진행하는 비밀 백신개발 실험에 참여합니다. 자발적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그는 가까스로 살아남지만 피를 섭취하지 않으면 죽게되는 운명에 처합니다. 상현의 기적과 같은 회복에 신봉자들이 생겨나고 어린 시절 친구인 강우(신하균) 와 그의 아내 태주(김옥빈)를 만나게 됩니다. 태주와 상현은 갑작스런 사랑에 빠지게 되고 태주는 상현에게 남편 강우의 죽음을 사주하고 상현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는 이미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희생(피)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피를 섭취하는 것은 혼수상태 환자의 피를 취하는 것으로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 친구를 희생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진 것입니다.



박쥐는 왜 실망스러운가?

박쥐는 흡혈, 불륜, 살인등 자극적인 소재로 '죄'와 '구원'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를 지배하는 이런 자극적인 분위기는 '사랑'과 '구원'으로 승화되어 결말에 다다르고자 하는 것이 감독의 의도인듯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에서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상현과 태주의 성적인 관계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으로 보이고 죽음을 택한 결말 역시 희생과 구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상현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더군요. 다시 말하자면 신부로써 수도사로써 살아온 상현의 가치관과 기본적인 욕구에 충실한 태주의 가치관이 충돌하고 이를 견딜수 없으면서도 태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수 없었던 상현의 어쩔수 없었던 선택이었다는 말입니다. 결국 그의 선택은'사랑'이 아닌 '해방/탈출'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처럼 구원도 사랑도 잘 느껴지지 않는 영화 '박쥐'는 뱀파이어라는 자극적인 소재, 박찬욱 감독 특유의 잘 만들어진 미장센(장면), 김옥빈의 누드만이 보이는 영화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감동을 기대했었거든요. 아니면 적어도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에서 느꼈던 극한 상황이 해소되는 것에서 얻는 카타르시스라도 느끼고 싶었습니다.

또한, 우연한 수혈로 뱀파이어가 된 상현이 건물을 넘나들고, 괴력을 보이는 한편, 송곳니가 없어 별도의 도구를 사용해서 피를 흡혈해야 하는 장면등이 뒤섞여 조금은 우스꽝스러워 보였습니다.

잘 만들어졌지만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 현학적인 영화로 보여 실망스러웠다는 말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또 다른 뱀파이어 영화 '렛미인'에서 느껴졌던 서늘한 감동이 그리워졌습니다.




영화 제목이 왜 박쥐일까?
영화의 내용으로만 보자면 오히려 영문 영화제목 'thirst'의 사전적 의미인 생존(피)에 대한, 사랑(불륜)에 대한 욕망, 갈망, 갈구등이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박쥐'라는 제목을 선택한 것은 상업적인 배려인 것 같습니다.

박쥐는 서양에서 예로부터 악마의 상징, 마녀의 상징이었다고 하네요. 흡혈박쥐가 실제로 존재해서 인지 뱀파이어의 상징이기도 했구요. 그래서인지 뱀파이어는 박쥐로 변신하여 자유롭게 이동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뱀파이어 혹은 흡혈귀라는 제목은 왠지 너무 오락영화의 제목 같고, 그렇다고 갈망, 욕구라고 하자니 너무 예술영화의 냄새가 나서 '박쥐'라는 조금은 엉뚱한 제목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제목에 대한 감독이나 제작자의 멘트가 없으니 혼자 생각해 본 것입니다.



▶ 이런 사람에게는 추천
- 박찬욱 감독의 열성적인 팬
- 뱀파이어 영화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
- 살을 뺀 섹시한(?) 송강호의 연기, 김옥빈의 신들린 연기와 누드를 보고 싶은 사람.

▷ 이런 사람에게는 비추천
- 잔인한 장면을 싫어하는 분
- 사랑 영화라고 생각하는 분
- 황당한 이야기는 싫어하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