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지하철안 노숙자에게 만원 넣어준 사연

Posted by 호핀
2010. 1. 9. 20:38 문화/시사
바다 위의 노숙자 틈새님 ㅋㅋ
바다 위의 노숙자 틈새님 ㅋㅋ by redsoul405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사진은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어제도 무척 추웠지요?  요즘 저희 회사는 한참 바쁠때라 몇주째 야근을 하고 있습니다. 도로사정이 안좋아서 버스나 택시는 되도록 피하고 있어 지하철이 끊기기 전까지만 일하다가 집에 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지요.

어제는 비교적 빠른 시간인 밤 9시 무렵에 일을 마치고 팀원들과 간단하게 회식을 하고 집에 갔습니다. 날씨가 추워 종종 걸음에 고개를 잔뜩 움츠리고 앞만 보며 걸어 갔지요. 술을 마시느라 시간이 조금 늦었기 때문에 서둘러서 전철역으로 갔습니다.

허겁지겁 역에 도착하니 다행히 막차가 아직 출발하지 않고 있더군요. 늦은 시간이지만 막차였기때문에 자리가 없을만큼 사람들이 비교적 많았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가끔 보시는 일일것 같은데, 한 노숙자가 좌석에 누워있더군요. 앞서 말했듯이 자리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순간 짜증이 확 나더군요.

다른 사람들도 "뭐야?" 하며 웅성거리고 노숙자를 비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노숙자의 나이는 50대 중반정도...당연히 허름한 옷에 술까지 취해 쾌쾌묵은 냄새와 술냄새가 섞여 역겹기 까지 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 사람 모두들 노숙자의 자는 모습에 불쾌해하긴 했지만 노숙자의 상태가 험해 선뜻나서서 "일어나세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40대 중후반 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정장을 입었고 회사원처럼 보이는)가 노숙자에게 다가가더군요. 순간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그 아저씨를 향했습니다. 당연히 노숙자를 야단칠것이라 생각해서이지요.

한편으로는 그 아저씨의 용기를 부러워하고 또 한편으로는 혹시 봉변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노숙자를 야단치려고 간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갑에서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 노숙자의 주머니에 슬그머니 넣으면서 나즈막히 "힘내세요"라고 말하더군요.

순간 저는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두들 그 노숙자가 주는 나에게 주는 불편함에만 신경쓰고 있을때 그 아저씨는 노숙자의 불행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추운 날씨에 힘들어하는 노숙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던 겁니다.

누구나 자신을 우선하며 살아가지요. 저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걸음만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저마다 사정이 있고 어려운 사람 역시 본인의 잘못이 없어도 환경에 의해서 또는 사회 시스템때문에 어려운 사정에 처하게 된것일지도 모릅니다.

지하철에 누워있던 그 노숙자도 뻔뻔해서가 아니라 밖에서 추위에 떨다가 따뜻한 곳을 찾아 지하철을 탔고 따뜻해지자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내려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는 다시 추운 바깥세상에서 하룻밤을 지샐곳을 찾아 헤맬것입니다.

그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과 위로의 한마디에 얼어붙었던 저의 마음과 몸이 훈훈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넓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