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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 여름휴가에 읽을 만한 일본 추리소설

Posted by 호핀
2010. 8. 15. 22:39 문화/책

여름휴가하면 시원한 계곡과 멋진 바다가 있는 해변이 떠 오르지만 집에서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피서법중에 하나입니다.

좋아하는 음악과 아이스커피, 선풍기와 책한권만 있으면 되니 돈도 별로 들지 않는 피서법이지요. 물론 저처럼 애가 있는 아빠라면 누리기 힘든 행복이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휴가에 위드블로그에서 진행한 도서리뷰에 운좋게 일본 추리소설 [용의 손은 붉에 물들고] 신청에 당첨되어 원하던 추리소설을 읽으며 휴가를 보냈답니다. 

이번에 리뷰할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의 작가 미치오 슈스케는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신예라네요. 추리소설을 상당히 좋아하는 저로써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라서 사실 이책을 읽기 전에는 조금 불안했습니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책은 잘 고르지 않는다면 정말 시간낭비에 불과한 작품도 많거든요.

특히 일본 추리소설은 미국이나 유럽의 추리소설과는 특성이 많이 달라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일본 추리소설이 질이 떨어지거나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보통 서양의 추리소설은 기발한 상황 설정이나 반전, 또는 스케일이 큰 작품이 많은 반면에 일본의 추리소설은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바탕으로 촘촘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스타일이 많습니다. 

이 작품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역시 전반부는 심리소설로 읽혀질 만큼 심리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더군요. 

앞서 말했듯이 상당히 낯선 작가인 미치오 슈스케는 일본에서는 추리소설과 관련된 상도 많이 받고 책도 꽤 팔리는 잘나가는 추리소설가인것 같습니다. (일본의 추리소설 시장은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고 역사도 오래되었습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좋은 작품도 많은 편이지요.)

잘 모르는 작가인 만큼 작가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는 1975년 생으로 삼십대 중반의 젊은 작가입니다. 타마카와 대학이라는 곳의 농학부를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근무하면서 틈틈히 추리소설을 썼습니다. 2004년 발표한 첫 작품 [등의 눈]으로 [호러서스펜스대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추리문학계에 등단했습니다. 그후로 우리나라에도 출판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 70만부가 넘게 팔리면서 전국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들어섰습니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술래의 발소리외눈박이 원숭이섀도우

이 작품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는 원명이 [용의 비]로 제12회 오오야부 하루히코 상 수상하고 제 3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고 하네요.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술래의 발소리, 외눈박이 원숭이,  섀도우이 국내에 번역되 출간된 상태이고  등의 눈은 만화로 출간되는 등 꽤 많은 작품이 번역된 상태이니 [용의 손은...]을 읽고 작가에 관심이 가시면 찾아 읽으시면 될것 같습니다.

[용의 손은...]은 불행하게도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양부모와 살아야 하는 렌과 가에데 남매, 게이스케 형제의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렌과 가에데 남매는 양아버지와 다쓰야와 게이스케 형제는 양어머니와 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렌과 가에데는 어머니가 죽은뒤 직장도 관두고 폐인처럼 살아가는 양아버지를 두려워하며 사라지기만을 바랍니다. 

반면 다쓰야와 게이스케 형제의 양어머니는 형제를 친자식처럼 보살피지만 다쓰야는 양어머니가 어머니를 죽게 했다고 의심하며 반항을 일삼죠. 게이스케는 이런 형이 못마땅하면서도 형의 눈치를 살핍니다.

그러던중 렌은 양아버지가 가에데를 성추행했다는 의심을 품게되고 양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을 세웁니다. 렌이 계획을 실천하기로 마음 먹은 운명의 날 다쓰야는 양어머니에게 마음에 상처를 주기위해 동생까지 억지로 끌고 렌이 일하는 가게에서 물건을 훔칩니다. 

다쓰야와 게이스케 형제는 폭우가 쏟아지는 밤 렌과 가에데 남매가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가에데를 남몰래 짝사랑해왔던 다쓰야는 가만히 있을수가 없습니다. 게이스케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형 다쓰야를 불안해합니다.

과연 렌과 가에데 남매는 완전범죄를 성공했을까요? 다쓰야는 무엇을 숨기고 있었던 것일까요?

반전이 중요한 추리소설인 만큼 줄거리소개는 이쯤 하는게 좋겠죠?
이 소설 역시 큰 반전이 있습니다. 반전을 알게되면 뭐야 하며 허탈해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반전은 반전... 독자를 속일수 있다면 그만큼 성공한 추리소설임에 틀림없습니다. 저역시 거의 끝무렵에 가서야...작가가 반전을 밝히기 직전에야 눈치를 챘으니 성공한 것일까요?

이 소설의 번역자가 말하듯이 이 작가는 '독자에게 잘못된 이해를 유도하다 후반에는 보란 듯이 뒤집는 전개가 탁월하답니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작가의 특성이 잘 반영되었다고 이해하시면 조금은 허탈한 결말이 이해가 되실 것 같네요. 

이 작품은 태풍이 몰아치는 여름이라는 배경과, 용신에 관한 일본 설화를 이용하여 독자를 현혹시키는 한편, 태풍이 개고, 인간에게 은혜의 비를 뿌려준다는 용신의 존재를 통하여 해피엔딩을 암시하기도 하지요.

비록 용신설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금 지루하긴 하지만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수 있는 추리소설임에는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