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보고서
이 영화는 ‘상실’과 ‘치유’ 그리고 성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911테러로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열한살 소년 ‘오스카 쉘’이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탐험이 주된 줄거리입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오스카’가 약간의 장애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오스카’는 ‘아스퍼거 증후군’(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고 서투른 동작과 특이한 언어사용을 하는 증후군)의 경계선에 있는 아이입니다. 굉장히 똑똑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요.
그런 오스카를 이해하는 아버지는 아주 특별한 존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아버지의 역할 뿐만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친구역할도 했으니까요. 어느날 갑자기(9월11일) 아버지는 자동응답기에 6개의 메세지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중간에 집에온 오스카는 겁이나서 아버지의 전화를 받지 못하고 자동응답기의 마지막 6개의 메세지만 반복해서 듣지요.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자신을 탓하면서 말이지요.
오스카는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에 괴로워합니다. 할머니도 어머니도 오스카를 이해해 줄 수 없을것이라고 생각하며 아버지만을 그리워합니다. 오스카는 우연히 찾게된 열쇠와 열쇠봉투에 적힌 ‘블랙’이라는 단어로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메세지를 찾기위해 탐험에 나섭니다. 수백명의 ‘블랙’을 만나면서 오스카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간접 경험하게 되고 열쇠가 아버지의 마지막 메세지가 아니라 ‘블랙’중의 한 사람의 유품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메세지를 통해서 아버지와 좀 더 가까워지려던 희망이 사라지게 된 거죠.
하지만 오스카는 열쇠에 맞는 자물쇠를 찾는 모험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세상이 두렵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또한 자신의 모험이 자신 혼자만의 외로운 모험이 아니라 어머니가 미리 위험하진 않은지 조사하며 함께한 모험이라는 것도 알게됩니다.
오스카는 줄이 끊어질까 무서워 타지 못했던 센트럴파크의 세번째 그네에서 아버지가 숨겨둔 진짜 메세지를 찾게 되고 두려움을 떨치고 하늘 높이 그네를 탑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건 영화보다는 소설에 어울리는 내용이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주인공 어린이의 연기는 무척 뛰어났고 톰 행크스, 산드라 블록등 조연들의 연기도 나무랄데 없었지만 담겨져 있는 내용이 워낙 많고 다양해서 영화가 다 담기 벅차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작 소설을 읽지 못해 얼마나 생략되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상당부분이 생략되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제 마음을 잡아당깁니다. 상실한 뒤 그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얻기 때문이죠. 인생은 예기치 못한 상실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그 상실을 극복하고 배우면서 성장하고 또 누군가는 상실인지도 모르고 지나칩니다. 많은 사람들은 상실을 극복하지 못해 인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이 아름답고 의연하게 그려져 있어 추천할 만합니다.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오스카’는 그냥 열한살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때로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게 인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거나 극복하려고 애를 씁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죠. 단순한 ‘성장영화’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