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하이져의IE 시리즈는 IE8, IE80을 거쳐 IE800까지 모두 사용해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 이야기하는 IE800은 독특한 소리가 매력적이며 두 동생과 가격차이만큼 성능차이도 꽤 큰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012년 12월 경에 IE800이 발매되고 초창기 구입자들의 리뷰가 나왔을 때는 호평일색이었습니다.
이정도 크기의 이어폰에서 뿜어내는 웅장한 저음이 신기하고 그러면서도 중음, 고음이 비교적 가려지지 않아 (마스킹 적음) 신통하다고 느끼셨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것이 발매 이후 7 ~ 8개월이 지난 지금은 호평도 물론 있지만 악평도 많이 나오더군요.
심지어는 저가의 이어폰과 비교해도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골든이어스의 계측치가 나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까이기(?) 시작하더군요.
- 참고링크 : 골든이어스 IE800 측정 리뷰
계측치 상에는 상당한 V자로 고음과 저음만이 강조된 이어폰으로 측정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IE800을 듣고 중음실종, 보컬실종이라는 말씀들을 하시던데 측정치가 나오자 역시 그렇지 하는 반응이 많아지면서 악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씨코에서 IE800에 대한 악평이 많아지더군요.
하지만 음악을 소리로만 듣나요? 음색도 있고, 공간감도 있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도 있습니다.
씨코의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이 저역시 저가로 시작해서 고가의 제품들을 수도 없이 바꿔가며 궁극의 리시버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음악 보다는 소리를 더 중요한 것처럼 느끼게 되었구요.
게을러서 최근에는 리뷰를 거의 적지 못하고 있었지만 제가 사랑하는 IE800이 이렇게 오해를 당하고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어 가볍게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개봉기라든지 사진등은 아래 링크를 통하여 다른 블로거분들의 좋은 글을 참조하시면 될 것 같구요. 저는 그냥 텍스트로만 표현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게을러서…)
- ESKEY님의 IE800 리뷰
- 루릭님의 IE800 리뷰
오해 하나, IE800은 저음만 있는 이어폰이다.
IE800의 소리는 IE시리즈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어폰입니다. IE시리즈는 작고 가벼운 이어폰 본체에서 마구 뿜어져 나오는 저음이 매력적인 이어폰들입니다. 기존의 이어폰들의 저음과는 차별화되는 웅장한 저음이 포인트라고나 할까요. 그런 면에서 IE800는 저음을 좋아하시거나 저음이 중요한 음악장르를 선호하시는 분들이 선택하셔야 만족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젠하이져 이어폰의 플래그십이라고 모든 장르에 어울리고 저, 중, 고음을 플랫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IE800과 많이들 비교하시는 AKG의 K3003은 저, 중, 고음을 비교적 플랫하게 표현해서 IE800보다 낫다는 분들이 많으신데 성능이 더 좋다 나쁘다 하는 차원이 아니라 취향이 다르다는 차원으로 이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동생들과 다른 IE800만의 특징은 더 깊게 내려가는 극저음과 일정 볼륨이상에서는 중음과 고음도 선명하게 잘 들린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들어보면 비슷한 성향이면서도 급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IE800은 분명히 저음이 장기인 이어폰이긴 하지만 고음과 중음이 저음에 가려지는 이어폰은 아닙니다. 다만, 작은 볼륨에서는 중음이 잘 표현되지 않고 볼륨을 일정 수준이상으로 올려야 중고음을 더 잘 느끼실 수 있습니다.
오해 둘, IE800은 가격대비 많이 떨어지는 이어폰이다.
두번째 오해는 IE800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어폰 뿐만 아니라 헤드폰, 스피커등 리시버세계에서는 가격차이 많큼 성능차이가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정 수준의 가격대이상부터는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게 되지 성능차이(?)가 크게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자전거등 다른 취미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IE800을 오랜 고민 끝에 중고로 구매해서 사용하게 된 것은 비싸기 때문에 더 좋은 소리가 나겠지라는 기대가 아니라 IE800이 표현하는 저음의 세계가 다른 이어폰에서 느끼기 힘든 그런 정도라는 평들 때문이었고 지금도 만족하며 듣고 있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재즈에서의 IE800의 표현력은 발군입니다. 드럼과 콘트라베이스의 든든한 배경속에 치솟는 색소폰, 트럼펫 소리, 그리고 은은하게 들리는 피아노 소리가 정말 매력적입니다. 이러한 소리는 다른 이어폰 헤드폰에서는 느낄 수 없더군요. 물론 IE800이 최고의 이어폰이라는 것에는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편안한 소리의 W4도 좋고, 선명한 EX1000도 좋아하며 때로는 PK1, PK2등 오픈형 이어폰의 소리가 더 좋을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IE800 역시 무언가 다른 이어폰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이어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한 매력의 가치가 비싸다고 말씀하신다면 사람마다 느끼는 가치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정리하자면 IE800은 기존 IE시리즈에 호감을 가지셨던 분들, 저음이 중요한 음악장르를 선호하는 분들에 적합한 이어폰입니다. 세라믹으로 이어폰 본체가 만들어져 있어 막굴리기에는 조심스럽고, 줄 길이가 조금 짧아 사용하다보면 불편한 경우도 많습니다. 락/메틀 장르에는 잘 어울리지 않고(저는 잘 듣습니다만 아무래도 이쪽에 특화된 트파등이 더 좋더군요.) 볼륨을 높혀야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특성상 오래 듣기에 부담스러운 이어폰입니다.
하지만 모든 단점을 상쇄하는 독특한 감동을 주는 이어폰이기도 합니다.
그럼 된 것 아닌가요?
이 제품이 더 좋고 저 제품이 더 나쁘고 이럴 필요 없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 다 사시면 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내 구미에 맞는 이어폰을 찾아 소중히 들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