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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그러나 조금은 아쉬운 추리소설 '달의 문'

Posted by 호핀
2009. 12. 1. 23:43 문화/책
달의 문달의 문 - 4점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씨네21

http://hopin.tistory.com2009-11-30T02:30:320.3410
'달의 문'은 비행기 납치, 밀실 살인, 판타지가 결합된 일본 추리소설입니다. 작가는 식품회사에 다니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해 30대 중반에 데뷔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40대 중반이니 아직 작품활동을 왕성히 할 수 있는 나이죠.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추리소설 독자의 저변이 넓고 작가층도 두터워 추리소설 장르가 상당히 발달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돈이 되는 장르로 인식되어 능력있는 작가가 모여들고, 이에 따라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어 독자들을 불러모으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는거죠. 치밀한 이야기 전개속에 삶의 다양한 면을 나타내며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추리소설은 매력적인 장르가 아닐수 없습니다. 

특히, 일본의 추리소설은 서구권과 차별되는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영화로도 제작된 '백야행'과 '용의자 x의 헌신'등의 작가인 '히라시노 게이고'처럼 치밀한 사건 전개와 집요하리만큼 자세한 심리 묘사를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추리소설을 대중/오락소설과 동급으로 취급하여 소수만이 즐기는 장르로 인식되는 듯하여 저로써는 아쉽게 생각하고 있네요. 



달의 문은 그러한 추리소설 장르에 대한 일본의 사회적인 배경에서 나온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업소설가가 아니라도 따로 작가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아이디어를 가지고 소설을 써 낼수 있는 분위기라는 거죠.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작가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책의 말미에 보면 참고 문헌이 나와 있더군요. 항공사와 비행기에 대한 다양한 책들을 참고로 소설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설은 청소년 수련 캠프를 운영하는 이시미네와 그를 스승님이라 부르는 캠프 자원봉사자 마카베, 사토키, 가키자키가 달 빛 아래에서 한가히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문제아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교화시키는 캠프인데, 아이들은 일반 캠프와는 달리 이시미네의 불가사의한 능력에 의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 사회에 복귀합니다. 사회에  복귀한 아이들은 명문대에 입학하는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게 되죠. 이런 이시미네가 자신이 교화시킨 사람들을 이용해서 세력을 키우는 것이 우려되어 정부는 이시미네를 요주의 인물로 보고 관찰하게 됩니다.


이시미네는 아이를 납치했다는 누명을 쓰고 구속되게 됩니다.  마카베, 사토키, 가키자키는 스승을 해방시키기 위해(석방이 아니라 해방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각자 작은 칼 하나씩을 숨겨 탑승하고 비행기 납치를 시도합니다. 작은 칼로 비행기 납치라니 조금은 터무니 없지만 각자 아이 한명씩을 인질로 잡아 다른 승객들과 승무원들을 무력화하고 정부를 상대로 그들의 요구조건을 내세웁니다. 요구조건이란 이시미네를 특정한 시간내로 공항으로 데려오라는 거죠.  그러던중 비행기내 화장실에서 한 아이의 어머니가 손목에 자상을 입은채로 시체로 발견되고 마카베는 승객중의 한명인 '자마미 군'에게 사건 해결을 맡깁니다. 아이의 목숨을 담보로 말이죠. 

무모한 비행기 납치와 비행기내 화장실의 밀실 살인 해결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달의 문'은 앞서 말한대로 비행기 납치, 밀실 살인, 판타지(?)라는 소재를 섞어 신선한 느낌을 주는 추리소설입니다.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자마미 군'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내세우는 가설들이 조금은 유치하고 이시미네라는 인물 설정이 황당하다는 점이 아쉽네요. 또 사건과 그 해결은 크게 무리가 없는데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사고가 단순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만큼 편하고 쉽게 읽혀지는 추리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 본 포스팅은 위드블로그 베스트글로 선정된 글입니다.(자랑 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