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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을 읽고서(김중혁)-사람을 먹지않는 좀비이야기

Posted by 호핀
2015. 2. 16. 14:31 문화/책

김중혁 작가의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좀비들'이 좀비에 관한 본격 장르소설은 아니겠다는 생각은 하고 읽었다. 기대한 것은 스티븐 킹 류의 소설이다.  대놓고 스티븐 킹을 존경한다는 정유정 작가의 '28'도 나왔으니 이제는 '좀비'에 관한 소설도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좀비들'은 스티븐 킹 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좀비 이야기로 읽힌다.

좀비물에 필수적인 공포와 긴장감은 쏙 빠지고 삶에 대한 허무, 기이한 세계, 음악에 대한 집착등이 모여 있다. 

줄거리는 간단하고 편하게 읽힌다. 문장은 간결하고 짧다.

주인공 채지훈은 자동차를 타고 이동전화 신호를 체크하는 것이 직업이다. 우연히 신호가 잡히지 않는 한 마을-고리오마을-을 방문하게 되고, '홍역', '뚱보130', '케겔'등 다양한 사람들과 좀비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좀비는 군부대에서 살상연습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군인들이 살인에 무감각해지도록 훈련하는데 쓰인다. 그래서인지 책속의 좀비들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공격하거나 쫓아다니지 않는다. 하물며 사람들을 잡아먹거나 좀비바이러스를 옮기지도 않는다.  

예스24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죽음이라는 큰 주제를, 허그쇼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 있는 것도 아니고, 기억은 없고. 이런 것들이 겹쳐 있어서, 죽음에 대해 제대로 질문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라고 했다.

책속에서 '허그쇼크'는 물리적인 충격을 완벽하게 흡수하여, 달리는 차 안에서도 LP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턴테이블이다. 주인공 채지훈은 어머니의 죽음과 형의 죽음을 겪으면서 일상과 단절되어 지내는 사람이다. 하루키 소설의 등장인물들처럼 삶과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남과의 관계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던 중 '홍역'의 가짜 죽음으로 알게된 홍역의 딸 '홍이안'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절친한 '뚱보 130'이 좀비로 변하는 것을 막기위해 애쓰면서 적극적으로 변해간다.

하루키의 소설이 그러하듯 줄거리는 큰 의미가 없고 극적인 사건해결도 없다. 가볍게 읽히지만 무언가 의미를 찾아야한다는 강박감을 주는 그러한 소설이다.

최근 읽은 국내 소설중에서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김중혁 작가에 대해서 여기 저기 칭찬의 글이 많아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 작가의 책 몇권을 한꺼번에 산적이 있고 그중 좀비들을 제일 먼저 읽게된 셈인데 남은 소설도 기대가 된다. 

어쩌면 작가는 좀비와 우리들은 다를 바가 없고 삶은 외부로부터의 충격 또는 내부로부터의 충격을 흡수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살아있는 우리들은 가슴속에 '허그쇼크'를 장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중에 하나는 주인공 채지훈이 형의 유품인 50장의 LP를 차에서 듣기위해 '허그쇼크'라는 자동차용 LP플레이어를 사용하는 내용이다.

LP 플레이어를 트렁크에 설치해서 사용하는 제품인데 진동이 심한 자동차에 설치하는 제품인 만큼 쇼크방지가 중요한데 최첨단의 기술을 사용해서 쇼크를 방지할 수 있는 제품으로 책에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이야 자동차를 하루종일 사용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차에서 LP를 듣는 것이 불가피할 지 몰라도 보통의 우리들은 차에서 LP를 들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왠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그랬더니 자동차용 LP플레이어가 정말 있었다. 1950~60년대에 출시된 제품으로 명칭은 '하이웨이 HiFi'란다. 그 당시에는 음악을 들을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수단이 LP였으니 시장성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좀비들'에 나오는 '허그쇼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작가의 상상물이다.